세계 음악계에서 보기 드물게 서양음악사의 양끝인 고음악과 현대음악의 스페셜리스트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소프라노 서예리(YereeSuh, 1976년 생)가 오는 10월 처음으로 국내 단독 리사이틀을 연다.

독일 언론이 ‘천 년을 아우르는 소프라노’로 칭하는 서예리는 수정 같이 맑은 음색,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정확한 음정, 또렷한 딕션 구사, 거기에 학구적인 해석이 더해진 남다른 음악성으로 고음악과 현대음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국내보다도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 재학 중 이미 베를린 방송 합창단(RIAS Kammerchor)원으로 사이먼래틀, 니콜라우스아르농쿠르, 켄트나가노 등 세계적인 거장과의 다양한 작업에 참여하며 다양한 음악을 체득한 서예리는 르네야콥스와의 마스터클래스를 계기로 2003년 인스부르크고음악 페스티벌에서 그가 지휘하는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오르페오'의 ‘닌파’ 역으로 발탁되어 솔로 데뷔하게 된다.

이후 필립헤레베헤, 지기스발트카위컨, 마사아키스즈키, 안드레아스슈페링 등의 바로크 거장들과 작업함과 동시에,아무리 복잡하고 까다로운 현대곡일지라도 명쾌하고 흥미진진하게 소화함으로써 진은숙, 피에르불레즈, 볼프강림 등 우리 시대 거장 작곡가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으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2010년 베를린 음악축제에서 불레즈의 “PliselonPli(한 겹 두 겹)”를 불러 작곡가로부터 “서예리의 크리스탈 같은 목소리로 내 곡이 연주된 것은 크나큰 영광”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곧바로 루체른 페스티벌에 초청받기도 했다.

올해에는 필립헤레베헤가 지휘하는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및 콜레기움보칼레겐트와 하이든의 <천지창조>을 협연하며 유럽을 투어하였고, LA 월트 디즈니홀에서 LA필하모닉과 해리슨버트위슬(Harrison Birtwhistle)의 성악곡을 협연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서예리는 자신의 주종목인 바로크(몬테베르디, 쿠프랭, 헨델)와 현대(베리오, 진은숙, 리게티)를 교차하며 보여줄 예정인데, 이를 위해 바로크와 현대음악 전문 건반 연주자가 반주자로 나선다. 세계적인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의 반주자로 활동하기도 하는 마르쿠스매르클(Markus Markl, 독일)이 쳄발로와 오르간으로 바로크를 반주하고, 작곡가 윤이상의 제자이자 베를린 필의 협력 피아니스트인 홀거그로쇼프(Holger Groschopp, 독일)가 피아노 반주를 맡아 현대음악을 소화한다.

이번 리사이틀은 옛 음악은 현대적으로, 새 음악은 고전을 대하듯 자유롭게 넘나드는 팔색조 서예리의 진면목을 한 무대에서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