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등 연기력과 개성을 겸비한 배우들의 출연과 ‘지구를 지켜라!’,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의 장준환 감독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1987’이 13일 오후 CGV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장준환 감독은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그해를 담고 싶었다. 1987년의 사람들의 온기와 양심이 담긴 이야기가 스스로에게도 많은 힘과 용기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각기 다른 캐릭터가 모두 주인공이 되고, 나아가 전 국민이 주인공이 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30년만에 1987년의 이야기를 꺼낸 든 소감을 밝혔다.

1987년 1월,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이 사망한다. 증거인멸을 위해 박처장(김윤석)의 주도 하에 경찰은 시신 화장을 요청하지만, 사망 당일 당직이었던 최검사(하정우)는 이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인다.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거짓 발표를 이어가는 경찰. 그러나 현장에 남은 흔적들과 부검 소견은 고문에 의한 사망을 가리키고, 사건을 취재하던 윤기자(이희준)는 ‘물고문 도중 질식사’를 보도한다. 이에 박처장은 조반장(박희순)등 형사 둘만 구속시키며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 한편, 교도소에 수감된 조반장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은 이 사실을 수배 중인 재야인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조카인 연희(김태리)에게 위험한 부탁을 하게 되는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서 출발해 이한열 열사의 최루탄 사망 사건, 4·13 호헌 철폐를 거쳐 6월 항쟁으로 끝맺어지는 영화 '1987'은 '올해의 한국 영화'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자’와 ‘은폐하려는 자’의 팽팽한 대립이 영화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다소 아쉬운 점은 연세대 재학생 이한열(강동원)과 87학번 연희(김태리) 등의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멜로물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모든 사건의 수뇌를 박 처장(김윤석)으로만 집중하고 배후의 권력은 안기부장(문성근)정도만 나오는데 마치 6월 민주항쟁이 박 처장 개인과의 싸움인 것처럼 묘사된 점이 없지 않다. “세대들이 느끼는 차이는 잘 모르겠다. 진심을 다 해 만들었다. 사람에 따라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장감독의 말처럼 과거의 사건을 보고 각자의 양심에 비춰 현재를 보는 것은 우리의 몫인 듯하다.

<김정민 편집위원>

장르: 드라마 / 감독: 장준환 / 출연: 김윤석, 하정우, 김태리, 유해진, 박희순 / 개봉: 2017.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