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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아기 새임금희
김정민 기자  |  elo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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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0  19: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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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 살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 아마도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부터였을 겁니다. 지저귀는 새 소리에 이층 테라스로 나가서 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보이지는 않는데 그 위에서 들립니다. 테라스 옆 창끝에서 까치발을 하고 올려다보니 아기 새 두 마리의 머리가 보입니다. 처마 끝 기와가 약간 들린 그 안쪽에 어미 새가 둥지를 튼 것입니다. 머리위로 솜털이 뽀송합니다. 깊은 밤 간간이 가냘픈 새 울음소리가 들려서 어딘가 가까이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까 참으로 대견합니다. 별거 아닌 틈이 소중할 때도 있습니다.

어미 새는 부리가 노랗고 몸은 검은색이고 날렵합니다. 제비일까 지빠귀일까요. 그 다음부터 몰래몰래 엿보았습니다. 보고 있는 것을 눈치 채면 불안해할까 봐 조심스레 지켜보았습니다. 어미 새가 부지런히 먹이를 물고 오면 새 두 마리가 기와 끝으로 나와서 노란 입을 벌리면서 예쁜 소리를 질러댑니다. 먹이를 먹고는 쏙 들어가 버립니다. 새 머리와 커다랗게 벌리는 주둥이가 간신히 보일 뿐입니다. 조그만 틈 하나에서 생명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한 지붕 아래에서 사람과 새가 공간을 같이 사용하며 산다는 것이 기쁘고 흐뭇합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함입니다. 기와 밑에서는 새가 새끼를 기르고 방안에서는 나의 첫 손녀 아기가 자라고 있습니다.

아기는 얼마 전 한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엄마와 할머니와 같이 아빠가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남쪽 포인트쿡으로 머나먼 길을 날아왔습니다. 바람소리에 잠이 들고 새소리에 깨어 엄마젖을 먹고 다시 잠이 듭니다.

새들은 한국에서도 사람과 친숙합니다. 비둘기와 까치가 도시에서 사람과 공존하며 간혹 멀리 보이는 산 쪽에서 뻐꾸기 소리가 들릴 때도 있습니다. 새들이 새끼를 기를 때 가장 위험한 것은 뱀과 맹금류입니다. 알과 새끼를 찾아내어 잡아먹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들은 천적을 피해서 사람 품으로 들어오게 되었나 봅니다.

어릴 적 외가댁 처마 밑을 늘 찾아왔던 제비가 생각납니다. 제비는 안방위에 있는 서까래 사이에서 새끼를 길렀습니다. 새끼들은 자라서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하늘위로 비행연습을 해댔습니다. 여름이 지날 때쯤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서 깃털을 다듬고 날개를 파닥이며 힘을 기르고는 남쪽으로 날아갔습니다. 그 다음해 봄에는 여지없이 찾아와서 둥지를 손질하고 새끼를 길렀습니다. 제 집을 찾듯이 사람의 품을 찾아온 새가 장하고 고귀해보였습니다. 가끔은 그렇게 틈을 내어주면 온기어린 누군가 비집고 들어옵니다.

틈이라는 게 참 애매합니다. 틈이 많으면 비도 새고 여기저기 삐걱거립니다. 적당히 두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조그만 틈은 누군가에게 곁을 줄 수도 있는 귀한 틈이 되기도 합니다.

기와 밑에서는 아기 새가 뽀르르뽀르 잠자고 방에서는 아기가 쌔근쌔근 잠들어 있습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아기들은 잠자는 소리가 들린답니다. 깊은 밤 어린 생명들이 크는 소리가 적막한 밤을 채웁니다. 아기 새들은 부지런히 자랐습니다.

한 달쯤 지난 어느 오후 창밖을 보니 아기 새 한 마리가 기와 위에 올라앉아 있습니다. 처음으로 날 준비를 합니다. 한참을 어미를 찾는지 울어대더니 옆집의 커다란 나무로 날아갔습니다. 또 한 마리도 기와 속에서 나와서 날아갔습니다. 그렇게 두 마리의 아기 새는 둥지를 떠나 넓은 세상으로 나갔는데 이제 태어난 지 석 달 된 아기는 아직도 한참을 누워서 엄마젖을 먹어야 합니다. 아기가 누워있는 지붕 위로 제법 힘찬 새소리가 들립니다. 다 큰 아기 새들이 어서 빨리 자라라고 아기를 북돋아 줍니다.

이제 아기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새와 호수를 보면서 살아갈 겁니다. 나 또한 아기 덕에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잠시나마 얻고 있습니다. 평생 아름다운 시간으로 남을 것임이 자명한 일이라 이 순간을 가슴 깊이 끌어안습니다.

아직도 밤에 가끔 천장에서 새소리가 들립니다. 비가 쏟아지거나 바람이 부는, 날씨가 험한 날은 둥지에 들어와서 서로의 품을 찾으며 잠드나 봅니다.

<약력>

2012년 월간 『한국수필』 등단, 2012년 『지필문학』 시부문 신인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수필가협회기획국장, 리더스에세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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