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유명 여성 전문병원 원장 집에서 24억원이라는 현금 뭉텅이가 발견됐다. A씨의 소득누락 여부를 추적하던 국세청이 병원 직원이 관리하던 인근의 오피스텔을 발견하고 급습한 것이다.

여의사 A씨는 강남에서 유명 여성 전문병원을 운영하는 전문의로 병원 수입 가운데 신용카드로 결제했거나 현금영수증을 발행한 수입만 소득신고를 하고 현금결제액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소득 45억원을 탈루했다. 이 가운데 24억원을 5만원권으로 바꿔 박스와 가방에 담아 자택 장롱, 베란다, 책상 등에 숨겨뒀던 것이다.

국세청은 “A씨의 오피스텔에서 대량의 고액 비보험 진료기록부를 발견해 범행정황을 찾아냈다”면서 A씨에게 소득세 등 19억원을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다른 탈세자인 강남 유명 성형외과 의사 B씨의 수법도 이와 비슷했다.

연예인과 외국인 고객이 많이 찾는 B씨는 건물을 불법개조해 비밀창고를 만들고서 현금으로 받은 수억원의 수술비와 수술기록 등을 보관해오다 적발됐다.

국세청은 114억원을 탈루한 B씨에게서 69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국세청은 탈세 위험이 큰 사치성 업소 30곳과 사업자 10명에 대해서도 지난달 24일 정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연간 수천만원짜리 피부관리상품을 판매하면서 현금결제를 유도해온 고급 피부과·피부관리숍, 회당 20만~30만원의 VIP미용상품권을 현금으로 팔아온 고급미용실 등이 조사 대상이다.

신분 노출을 꺼리는 고객을 상대로 수천만원짜리 시계와 가구를 판매해온 고급 가구·시계 수입업체, 1천만원짜리 연간 토탈뷰티 서비스 회원권을 팔아온 고급스파업체, 멤버십 룸살롱인 일명 '텐프로'업소 등도 있다.

김형환 국세청 조사2과장은 "신고내용을 정밀 분석한 결과 이들 업소는 고가 상품을 팔아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지능적·고질적인 방법으로 탈세를 계속하고 일부는 누락소득으로 호화·사치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사업자 본인은 물론 관련 기업 등의 탈세행위·기업자금 유용 등에 대한 금융거래 추적조사, 거래상대방 확인조사 등을 병행해 누락소득을 끝까지 찾아내기로 했다.

국세청은 작년에만 고소득 자영업자 569명을 조사해 3천632억원을 추징했다. 특히 2010년부터 지금까지 고급미용실, 피부관리숍, 성형외과, 룸살롱 등 사치성 업소 150곳을 뒤져 누락세금 1천2억원을 걷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