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영호 국회의원(국민의힘 강남갑)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압박 이후 사흘 만인 4일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를 청와대로 불러 “미국 측과 훈련에 대해 신중하게 협의하라”라며 예정대로 훈련을 실시할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온 국민이 군 통수권자를 바라보고 있는 시국에 이런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혔다니 실망이다.

한미연합훈련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주권 사항으로서 북한의 눈치를 보거나 미국이 최종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익에 맞으면 하는 것이고 우리 국익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동맹국인 미국이 하자고 해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결정하라고 국민은 대통령을 뽑아줬고 국가 원수직은 이런 때 최종 결단을 내리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한미연합훈련은 정기 훈련이고 전작권 환수 등이 걸려있는 문제로서 갑자기 돌발적으로 제기되어 대통령의 사태 파악과 연구가 필요한 문제도 아니다.

군 통수권자가 우물쭈물 뒤로 물러서고 그 책임을 군에 밀면서 미국과 협의하라고 밀어놓을 사항이 아니라는 말이다.

김정은이 올해 1월 당대회, 지난 6월 당전원회의, 지난 7월 전군 지휘관 회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미연합훈련을 중지하라고 계속 요구해 왔으므로 이번 북한의 반대도 예견치 못했던 돌발 변수라고 보기 어렵다.

이럴 때 항상 국정운영에서 결심 채택이 명백했던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어떤 입장을 취했을지 궁금하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니 군은 처음에는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더니 점점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빠질 궁리를 찾고 국정원은 유연한 대응을, 통일부는 아예 훈련중단을 요구하고 대북지원을 승인하고, 민주당 대표는 훈련 진행을, 범여권 의원 수십 명은 훈련 연기를 주장하는 성명을 준비하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

앞으로 전쟁이 일어나도 대통령이 계속 결심 채택을 뒤로 미루고 작전 지도옆을 맴돌고 밑에서는 제각기 움직이는 상황이 일어날까 봐 걱정이다.

우리 현실이 안타까웠는지 미국방부 대변인은 한국에서 아직도 훈련중단 요청이 없었다면서 “위협에 직면한 한반도에서 적절하게 훈련되고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 동맹인 한국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는 것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고 먼저 치고 나왔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방역지침을 존중하나 정상적으로 훈련이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하나 우리 국방장관이 무엇이라고 답했는지 국민은 모른다.

제발 국가적으로 예민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이 뒤에 숨지 말고 국민 앞에서 당당하고 명백한 입장을 밝혔으면 좋겠다.

2021년 8월 5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태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