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일대 전셋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학기를 앞둔 1~2월인 연초에 학군 수요가 발생하고 일부 강북지역 전셋값은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부동산 업계는 지난해 강남 전셋값이 크게 올라 상승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점과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혁신학교가 지역별로 골고루 생기면서 학군 수요가 분산됐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23일 KB국민은행 전셋값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의 전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6% 하락해 서울시 전체 전셋값 중에 낙폭이 가장 컸다. 인근 서초구와 송파구는 보합세를 보였다. 같은 달 강북구는 0.5%, 광진·용산·마포·은평구는 0.2%씩 각각 상승한 것과 다른 현상이다.

통상 매년 1월은 학군 수요가 몰려 강남구 전셋값이 치솟았다.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1.7%와 1.6%가 올랐다. 강남 학군 수요가 사라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강북지역에 잇따른 자사고 건립과 맞물려 자녀교육을 연유로 강남으로 향하는 부모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는 것이다.
 
서울에는 총 27곳의 자사고가 있으며 이 가운데 6곳만 강남 3구에 위치하고 있다. 각 구별로 골고루 분포돼 있는 자사고가 강남을 제외한 지역의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번지 조사에 따르면 배재고 학군 지역인 강동구 고덕동과 명일동 전셋값은 지난해 7월 이후 각각 17.8%와 8.0%나 올랐다. 고덕동 아이파크 82㎡형의 경우 같은 기간 전셋값이 4000만원가량 올라 3억1000만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혁신학교 주변 지역에서 일부 전셋값이 급등세를 보이는 점도 부모들이 일부러 자녀교육을 위해 강남행 티켓을 살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는 근거가 되고 있다. 혁신학교는 ‘작은 학교’를 지향하며 영어, 예능, 자연 분야의 특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학교폭력 등으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다 보니 공부에만 매몰되는 학교보다 인성 교육과 토론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르치는 학교에 대한 매력이 부각되는 것 같다”면서 “전통적인 강남 학군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역 학군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학군 수요가 분산돼 강남지역 전셋값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