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의원

최근 북한 관영매체들의 대미동향을 보면 분단 역사 이래 매우 특이한 점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은 체제유지에서 미국으로부터의 끊임없는 위협 조성과 미국 악마화를 조성해 내부결속에 이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의 모든 언론들의 국제부는 미국으로부터의 위협을 조성하거나 대미 비난 기사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북한 관영매체에서 좋든 싫든 미국이라는 두 글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한 주간 북한 노동신문과 지난해 11월 23일부터 30일 사이의 북한 노동신문을 비교해 보면 북한의 이례적인 동향을 즉시 알아볼 수 있다.

지난해 같은 노동신문에는 미국에 대한 비난 기사가 거의 매일 실렸으며 적게는 3건에서 많게는 7건까지로 나타났다.

기사 내용을 보면 팔레스타인 외무상이 미국무장관인 폼페이오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한다는 내용처럼 좀 비중 있는 소식도 있지만, 호주 ABC 방송이 보도한 미국이 국제경찰 행세를 하고 있다는 비난 기사나 미국에서 실업자 수가 1주일 동안 22만 5천 명이 새로 등록되었다는 기사와 같이 비중이 낮은 기사도 실렸다.

호주의 ABC 방송 기사까지 인용 보도한 것을 통해 노동신문사 국제부 미국 담당 기자들이 미국을 비난할 기삿거리를 찾기 위해 많은 해외 기사들을 뒤져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1월 23일부터 30일 사이 노동신문에서 미국이라는 글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면 북한의 관영매체들에 종사하는 국제부 미국 담당 기자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이렇게 미국 담당 기자들이 한 주일 동안 한 편의 기사도 올리지 않고 있다는 것은 김정은의 특별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얼마 전 국정원이 국회정보위에서 통보한 데 의하면 김정은이 해외 공관에도 미국을 자극하는 활동이나 대응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러한 동향을 종합해 보면 지금 김정은은 바이든 당선인의 심기를 선제적으로 불편하게 하여 핵 협상 기회를 놓칠까봐 대단히 걱정하는 것 같다.

아무튼 북한이 언제까지 미국에 대해 침묵할지는 알 수 없지만, 김정은이 대미 관계에서 이렇게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우리에게 나쁠 것은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