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 주민도 강남구민
서울시-강남구청, 주민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주길

서울시와 강남구가 구룡마을 개발방식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게 본보는 구룡마을 주민자치위원회 유귀범 회장을 만나 구룡마을 주민들의 입장과 상황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구룡마을 주민자치위원회 유귀범 회장

Q. 먼저 구룡마을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A. 88올림픽을 전후로 서울시 도시정비사업으로 정부가 강제적으로 만든 마을로서, 토지의 95%이상이 사유지이며, 한때 약 2,800세대정도 난립된 무허가 판자촌이지만 주민 스스로 정화작업을 통해 현재 1,100여세 약 2,50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최대 무허가 판자촌 지역이다.

Q. 구룡마을 실거주 주민들의 주거형태는?
A. 전입신고 가구 약 1,100여 세대는 대부분 본인 소유의 무허가 가옥이며, 개인 사정상 전입신고가 안 되거나 구청에서 전입신고를 받지 않은 가옥은 약 90여세대로 추정된다.

Q. 구룡마을 개발 시 입주권 등 혜택을 노리고 일부 위장전입 거주자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A. 이번 감사원의 결과를 보고나서 많은 주민들이 놀랍고 궁금한 사항이다. 저희에게는 조사권이나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한 억울한 피해가 없기를 희망한다.

Q. 일부에서 ‘가짜 토지주’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 토지재산세 납부 고지서

A. 2002년 8월 정리금융공사로부터 주민 230여명의 명의로 토지를 구입(영수증 보관 중)했고, 당시 실거주민을 대상으로 10평씩 등제작업을 강남구청을 통해 실시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가짜 토지주’라 주장하는 강남구청(장)으로부터 각 해당 토지소유주들(각 산156-2번지 10평씩)에게 10여 년간 토지재산세를 납부하라는 고지서를 받아 각자 충실히 재산세를 납부하고 있는 상태이다. 2002년 토지 매입당시 지불대금이 없는 주민들이 대토지주에게 담보대신 토지신탁의 조건으로 토지지불대금을 차입했고, 십수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당시의 신탁을 트집 잡아 ‘가짜 토지주’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Q. 구룡마을 개발이 서울시와 강남구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다가 사실상 ‘백지화’가 됐다. 구룡마을 주민들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A. 구룡마을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명분을 이야기하는 정치인들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아직까지 시일이 남아 혹시나 하는 바람으로 기다리고 있지만 8월 2일 공식적으로 개발이 무산된다면 주민들의 분노가 어떤 식으로 표출될 것인지는 사실 우리로서도 두렵다. 분명한 것은 이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자가 나와야 될 것이고, 결과에 따른 구체적인 대안이 주민들에게 직접 제시돼야 할 것이다.

Q. 향후 대응 방안은?
A.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구룡마을 주민들을 호도하거나 구룡마을 개발과 관련 진실을 왜곡한 모든 것들에 단호히 대응해 끝까지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Q. 구룡마을 주민들은 구룡마을이 어떻게 개발되길 바라고 있나?
A. 민영개발 제안도 받아졌다가 일방적으로 파기됐고, 공영개발 방식도 주민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산됐다. 개발방식에 상관없이 주민의 다양한 의견과 바람이 합법적이고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개발이 하루빨리 진행되길 바란다.

Q. ‘개발무산’이 될 경우 토지주와 거주민들 사이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A. 이미 사유 재산권을 되찾기 위해 토지주들이 강남구청에 거주민 처리를 요청한 상태이다. 지금까지 공동의 개발 목표로 토지주와 주민들간의 협력을 유지해왔지만 개발이 무산이 된다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사실 조심스럽고 혼란스럽다. 만약 토지주들과 대립으로 생존권 사수의 문제가 발생된다면 용산참사와 같은 극단적인 사단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인지해주기 바란다. 

Q. 서울시와 강남구에 바라는 점
A. 지금이라도 무의미한 정쟁을 그만두고 ‘구룡마을 주민 주거대책 안정’이라는 본연히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서울시는 구룡마을 주민들의 어려움과 바람을 머리로만 인지하지만 말고 가슴으로 느끼고 그 대책을 세워주기 바라며, 강남구청은 주민들과 객관적 공감대를 형성해 사실과 진실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바라는 바를 최대한 이룰 수 있도록 본연의 자세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Q. 강남구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A. 95%가 사유지인 강남구 구룡마을은 개발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곳이다. 이왕 개발을 한다면 구룡마을 개발을 통해 이익과 혜택이 서울시민 전체보다는 강남구민들에게 최대한 돌아가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미 거주민들은 토지주와 합의해 개발면적 70~75%를 강남구에 기부체납해 강남구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체육, 공원 시설 등이 돌아갈 수 있는 민영개발 방식을 2009년 추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합법적으로 추진돼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거주민과 토지주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산됐다. 그리고 공영개발이 추진되면서 서울시와 SH공사에서 개발 이익 대부분을 서울시민 전체의 공익을 위해 사용하는 수용, 사용방식과 개발 이익 일부를 강남구 구민인 토지주나 거주민들이 합법적으로 확보해 강남구민의 공익을 위해 운용할 수 있는 미분활혼용방식(수용사용+일부환지방식)을 두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대립했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시민 전체를 위한 사용, 수용방식을 강남구청이 앞장서고 강남구민들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일부 환지방식을 서울시가 추진한다는 것이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합법적인 강남구민이다. 남들이 지역이기주의라 탓할지언정 강남구민이나 강남구청을 위해서는 일부 환지방식이 옳은 방식이라 믿는다.

▲ 구룡마을 입구에 걸린 현수막에는 '모두가 포기했던 구룡마을, 개발환경 만들은 주민들의 피땀을 인정하라'고 적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