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조준배

산업화 이후, 가족과 사회의 구조변화로 인한 많은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보험, 공적부조, 사회복지서비스로 구분되는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왔다. 가족의 부양문제는 가족책임주의를 고수해왔던 전통에서 저출산·맞벌이·핵가족화 등의 가족기능약화 현상은 사회적 부양이라는 책임이전을 불러오게 됐다. 여전히 사회적 논란이지만, 최근에는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주택과 같은 논의로까지 확장돼가고 있다. 전 국민 복지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회복지제도는 우리 삶의 전반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파세모녀 사건과 같은 가슴 아픈 뉴스들이 전해주듯이 우리 사회의 곳곳에는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받을 수 없는 이웃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똑같은 아동이지만,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동의 한 끼 급식비는 3,500원 수준인데, 보육시설의 아동은 2,180원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차이도 존재하고 있다. 또한 민간의 사회복지사들은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지만, 낮은 처우라는 현실적 여건으로 잦은 이직과 생활고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바로 복지기준의 불균형에서 오는 문제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모든것은 재정의 문제로 귀결된다. 사회복지재정은 사회보험료, 세금, 민간기부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회보험료는 일반재정이 아니므로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기에 결국 안정적인 사회복지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금이 확보돼야 한다. 일부에서는 사회복지세라고 하는 목적세를 제정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세금과 복지는 함께 생각해야 하는 양쪽의 수레바퀴와 같은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분단된 상황속에서 당장의 국방비는 물론, 미래의 통일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과제까지 풀어나가야 한다. 이렇듯 앞으로도 사회복지욕구와 사회복지재정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 분명하기에 적절한 사회복지기준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복지현실은 어떠한가? 사회복지가 정치적인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것은 아닌지 모를 정도로 정권에 따라 복지인식이 극단으로 상반되고 있다. 사회복지는 어느 정치인의 아이디어로 출발해서도, 어느 유권자층에게 주어지는 유인책으로도, 어떠한 사회적 이슈에 함몰되어서도 안 되는 국민생활 전반의 목적 그 자체이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복지제도는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것이다. 몇 해 전 복지선진국 스웨덴을 탐방할 기회가 있어서 우리나라와 비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기억이 있다. 스웨덴 역시 5~60년 전 극심한 노사갈등과 복지논쟁으로 사회가 양분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사회적 대타협의 과정을 통해 상호 양보하는 복지기준으로 합의를 이뤄내었다고 한다. 이후 정권이 바뀌어도 사회복지제도는 큰 변화 없이 운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매년 6월이면 ‘알메달렌 주간’이라는 사회적 토론장이 마련되고, 서로 다른 생각들을 공유하며 성숙된 시민정신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의 현실에 걸맞은 사회복지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서로 다른 주장들이 존중돼야 하며,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다양한 계층들이 참여해 상호존중과 양보 속에서 적정한 세원조달방안과 복지기준을 합의하고, 국민들의 동의절차를 얻어야 한다. 사회복지만큼은 사회적 합의를 통한 미래의 청사진을 제공해 국민들의 생애주기에 따른 예측 가능한 제도이기를 바란다. 이와 더불어 복지서비스의 패러다임도 권리만 주장하는 일방적 복지수혜가 아닌 권리와 의무가 병존하는 공동체 회복적인 복지환경으로 전환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