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의료관광 등 '외화벌이’ 수출산업으로 발전 가능
종사자 마인드 변화 중요
 
우리 경제는 새로운 성장의 활력소가 필요하다. 시대의 화두가 된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도 한국 경제는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 성장없는 복지확대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지난 50년간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것은 제조업과 건설업이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현대건설 등의 기업들이 불모지에서 월드베스트 수준으로 올라서는 과정이 바로 한국경제의 발전과정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성공 때문에 이 산업, 이 기업들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다.

앞선 기업들의 성공사례를 베끼던 때와 비교하면 그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제조업과 건설업은 그런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제조업과 건설업의 성장은 자동화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고용창출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제조와 건설이 발전한다고 해도 서비스업이 그 열매를 넘겨받을 수 있어야 경제 전체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이제부터 한국경제의 성장은 서비스업의 발전에서 찾아야 한다. 유통?의료?교육?관광?언론?소프트웨어같은 활동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산업들에는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70%가 종사하고 있다. 24%인 제조업과 건설업 종사자의 거의 세배에 달한다. 그 많은 서비스업 근로자들을 낙후된 상태로 놔둔 채로는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을 이루어낼 수 없다.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생산성은 매우 낮다. 제조업과 비교해 봤을 때 40%에 불과하다.(2007년 기준) 1990년만 하더라도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제조업의 134%였다. 제조업은 발전을 거듭하며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반면 서비스업은 정체를 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하게 말하면 제조와 건설이 21세기에 도달한 반면 서비스업은 농업과 더불어 아직도 70?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1천700만명이나 종사하고 있는 서비스 산업의 환골탈태 없이 우리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이루어낼 수 없다.

서비스업 발전에 대한 오해

서비스업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말을 마치 제조업을 포기하자는 말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다. 그건 전혀 아니다. 서비스업의 발전은 제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제조기업인 삼성전자와 서비스기업인 구글(Google)의 관계를 생각해 보라.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가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날개를 달 수 있었다.

유통산업도 그런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산업의 발전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농업발전에도 필수적이다. 유통산업이 낙후할수록 중간마진이 커진다. 그 결과 소비자는 비싼 값을 지불하는데 산지의 농민은 몇 푼 못건지는 현상이 초래된다. 그런 상태로 농업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유통업발전으로 유통비용이 줄어들면 농업도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서비스업의 발전은 제조업과 건설업, 농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서비스는 곧 내수산업이기 때문에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말도 고정관념이다. 서비스업도 얼마든지 수출산업이 될 수 있다. 필자는 학교 다니는 동안 내내 건설업이 대표적 내수산업이라고 배워왔다. 건물을 수출할 수 없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그러나 이제 건설업은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산업이 되어 있다. 건물을 수출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나가서 건물을 짓는다.

대중가요는 케이팝이라는 이름으로 해외로 나가고 있으며, 의료는 의료관광이라는 형태로 외화를 벌고 있다. 유학을 올 정도로 학교의 질이 올라가면 교육 역시 훌륭한 수출산업이 될 것이다. 이제 수출과 내수의 구분은 흐릿해지고 있다. 서비스업도 얼마든지 수출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기득권 버리기

서비스 산업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은 변화할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제조업?건설업에 비해 서비스 산업들은 보호를 많이 받아왔다. 새로운 학교를 세우는 것은 실질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상태고, 의사와 병원 역시 여러 가지의 규제로 보호를 받고 있다. 얼마 전 반값 임플란트로 성장을 거듭하던 모 네트워크 치과가 철퇴를 맞은 것도 같은 맥락의 사건일 것이다. 어느 산업에서나 기득권자들은 텃세를 부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제조업과 건설업의 경우 제품 시장이 국제화되어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끼리의 텃세가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반면 대부분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고 있는 서비스업의 경우 기득권자들의 텃세는 산업 발전에 치명적이다. 이제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서비스업을 시작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 궁극적인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겨야 한다. 그것은 교사/의사/변호사/간호사/상점 주인 등 모든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책무다. 그것은 서비스업 발전의 시작이자 새로운 성장의 엔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