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장 이덕희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는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한창이다. 부모를 잘 만나 잘먹고 잘사는 금수저는 취업 등 세상걱정이 없지만, 보통의 부모 아래 태어난 흙수저들은 돈도 없고 배경도 없어 취업도 못하고 세상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새로운 일자리가 거의 없고, 어렵게 입사한 곳도 비정규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자조 섞인 목소리로 스스로들을 흙수저라 부르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저성장 및 고령화 국면에서 고용창출력이 계속 떨어지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예전만큼 생기지 못해 한정된 자리를 가지고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경직적인 임금체계, 불합리한 노사관행으로 능력과 성과보다는 기업규모, 고용형태 등에 따라 근로여건이 결정되고 있으며 그 격차도 매우 크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노사와 지난 9월 15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 냈다. 노사정 합의는 크게 상생협력을 통한 청년고용 활성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원하청 상생협력과 비정규직 고용개선, 사각지대 해소를 통한 사회안정망 확충, 노사정 파트너십 구축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은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회안정망을 강화하는 것이다. 노동시장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 현장에서 노사의 적극적 실천이 뒤따라야한다. 노사는 내년부터 의무화되는 정년 60세 시행에 맞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직무․숙련․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중장년 근로자의 고용이 안정되고, 더불어 청년층의 고용기회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원청․대기업 노사는 하청․중소기업 근로자의 근로여건 개선과 납품단가 현실화를 통해 원하청이 상생하고 동반성장 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격차가 사라지도록 정규직 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기간제, 하도급 근로자 보호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출퇴근 시 발생한 재해도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실업급여의 지급기간․수준을 강화하여 사회안전망을 확충토록 하며 불법파업, 고용세습, 열정페이 등 불합리한 관행이 개선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노사정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노력해 나갈 것이다.

손자(孫子) 구지편(九地篇)에 오월동주(吳越同舟)란 이야기가 나온다.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은 서로 미워하지만 같은 배를 타고 가다가 바람을 만나게 되면 좌우의 손이 협력하듯 서로를 돕는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노사는 오나라, 월나라 사람같이 서로 반목하고 갈등해 왔지만 이제는 국가위기란 격랑(激浪) 앞에서 협력할 때가 왔다. 우리는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며 극복 해야만 한다. 노사정이 세대를 아우르는 시각으로 사회적 책임과 부담을 나눈다면 우리세대의 아들과 딸들은 좀 더 선진화된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노동시장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