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화 출생2006년 [문학나무] 수필 신인상2006년 [리토피아] 시인 등단소속: 한국시인협회 회원한국문인협회 회원송파문인협회 이사시집 [하루종일 혀끝에]수필집 [ 가면의 거울]

인턴

구회남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의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영화 인턴을 보기로 한일은 로버트 드 니로 라는 배우가 나온다기에 무조건 봤던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반전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에 나와서 상큼함과 시원함을 선사했던 앤 해서웨이가 회장님으로 나오니 영화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9세 손주를 보러 가는 일로 인생 여행이 끝났다고 혼자가 되어버린 영화 속 드 니로 [벤 휘태거]는 슈트를 잘 차려입고 인턴에 지원하고 회장 비서로 합격을 했습니다. 회장은 30대 미모의 (앤 해서웨이)이 줄스 오스틴이었습니다.

타자의 곁의 나무는 36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나오고 첫 무대를 주민자치센터에서 하는 스포츠댄스에 다녔습니다. 그것도 살던 동네를 벗어나서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가서 보니 청일점으로 춤을 추다가 발이라도 밟으면 뼈라도 나갈 것 같은 노인대학 같은 분위기를 탓하면서도 돌아오면 얼굴에 팩을 붙이고 거울을 자주 봤습니다. 그 일 조차도 점점 불안해 지기 시작한 타자는 그만 다니라고 했습니다. 결국 길게 다니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도전은 어학분야로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공짜로 가르쳐 주는 도서관에 익숙해지더니 결국 여행객을 따라 혼자 중국, 일본, 유럽 등 재미를 더해가며 여행을 즐기더니 홀로 하는 여행은 끝이 있고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마침 평생학습관에서 남자 회원을 처음 뽑은 덕에 들어가서 5개월 동안 요리를 배우더니 신청한 남자 회원 6명 중 중도에 다 하차하고 홀로 남아 끝까지 배워 맛난 것을 늦은 밤 가져와서 먹으라는데 먹으니 70kg까지 타자의 몸무게를 늘려 주었습니다.

요리를 배운 탓에 마침 장남이 선사한 쌍둥이 손자 덕에 며느리에게 음식 솜씨를 발휘하더니 무조건적인 사랑은 어느 구석에서 탈이 나고 질투의 신이 습격하듯이 그 일은 길게 가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영화 속 벤처럼 손주가 9세 될 때까지는 살아 있을지, 손이 필요할 것이라 믿었지만 시금치도 싫어하는 대다수의 새아가들 덕에 그 일도 일 년도 채우지 못한 채 이젠 어디로 가야하나?

인턴에 입사 원서를 내야하지만 30년 넘도록 다닌 회사 일은 질려버려서 어느 단체에 들어가서 일하는 것을 결사적으로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인턴 시니어에 합격한 벤( 로버트 드 니로)은 줄스 오스틴 회장의 비서로 결국 삶의 노하우가 쌓인지라 멘토가 되어버렸습니다. 깨져 가는 젊은 가정을 다시 세우는 일을 도왔고 회사 일도 척척 시키기 전에 알아서 먼저 하니 회장 맘에 꼭 드는 사원이 되어버렸습니다.

타자는 진짜 인턴이던 아이를 싣고 매일 출퇴근을 시키면 차 안을 채우는 소독약 냄새는 타자를 살아 있다는 증거로 삼게 했습니다. 딱 일 년 전문직 엄마라는 타이틀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하루 2-3시간 쪽잠으로 버티는 인턴의 심장은 콩닥콩닥 뛰고 입술은 거칠게 터져 있었습니다. 항상 먹을 초밥, 과일, 햄버거를 준비하고 있다가 먹여야 했던 일 년이 제 생에 가장 찬란했던 사는 것처럼 살던 인턴의 구기사를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인턴 벤의 회장 운전기사 시절도 인턴 영화 전체에서 벤이 제일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뭔가 한 가지 일에 미친 다는 것.

그 일에 충심을 다한 다는 것은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고 상대방이 믿고 의지하게 할 수 있는 인생에 있어 가장 순수하고 행복한 찬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수많은 시니어 인턴을 앞에 둔 퇴직자들이 쏟아져 거리를 배회합니다. 주민자치센터에는 갖가지 배움의 터가 마련되어 있음은 바람직합니다. 여성회관이라는 간판도 평생학습관으로 명칭을 바꾸고 남성회원을 모집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우려할 사항은 현재 주로 손주를 돌보는 일을 외국인들이 담당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표준말에 서툰, 한국 음식에 서툰 저들보다 자상한 한국의 남성들의 노후는 손주를 안아주고 놀아주는데 적당한 체격과 체력과 멘토 역을 충분히 감당할 경험까지 모두 갖췄다고 생각됩니다.

여성들만의 전유물 이었던 카페의 풍경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놀이터나 공원에 손주들과 함께라면 더없이 행복한 아이들의 미래가 약속 될 것을 믿습니다. 새아가들이 조금만 마음을 비운다면 이 땅에 손주보고 싶은 할아버지들의 소원은 해결될 것이고 낮밤 가리지 않고 열심히 요리도 해서 아들딸의 바쁜 일상에 즐거운 집 밥이 되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일생 자식에게 투자했던 부모들의 일자리는 바로 그 자식들 사이에서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손주 사랑에 앞장 선 할배, 할멈들은 다시 시니어 부모라는 인턴의 자리로 돌아가면 모두 행복할 일인 것 같습니다.

영화 속 벤이 손주 9세까지 아들집 가는 여행으로 행복했던 것만큼 만이라도 각각의 집안 후배들이 기회를 준다면 손주들은 더 많이 행복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