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박행자

나는 한번도

내 어머니 화장하는 모습

못 보았다

뒤란 장독대에 정화수 떠놓고

새벽마다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모습은 보았어도

한여름 찌는 불볕 아래 엎드려

김매던 모습은 수없이 보았어도

한번도 단 한번도

내 어머니 얼굴에 분 바르는 모습

보지 못하였다

허리띠 졸라매고

고개 너머 또 고갯길 오르내리며

서러운 애옥살이로

평생을 살아온

당신

오늘 그런 내 어머니가 화장을 한다

신새벽 첫닭이 울기도 전

장롱 깊숙이 간직해 온

새 옷을 갈아입고

아무런 말없이 곱게곱게

화장을 한다

지상의 가장 고운 모습

내게 보이시려고

당신은

그렇게 가야할 시간을 붙잡고....

1996년 ‘해동문학’, ‘한국시’ 당선

전남문학 편집국장

저서 ‘외로워도 가끔은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