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를 세면서

이 용 해

흡연인구가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마 한국이 흡연 인구를 따진다면 세계에서 몇째 안가는 나라일 것입니다. TV에서 떠들고 신문에서 떠들면서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고 아우성을 쳐도 흡연인구는 줄어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도리어 여자와 청소년들의 흡연율은 늘어 가는 것 만 같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식당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금연지역이라고 크게 써 붙여 놓아 금연 장소는 늘어가고 규제는 심하여서 담배를 피우기가 불편 할 텐 데도 여전히 피웁니다. 마치 담배를 피우는 것이 무슨 큰일이나 하는 것처럼 피워댑니다.

우리 나라사람들 처럼 건강에 좋다는 음식과 약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 입니다. 친구들과 식사를 하게 되면 몸에 좋다는 음식들을 찾아다닙니다. 오리고기 버섯전골 옻닭. 추어탕. 삼계탕 등 등. 그리고 식성이 좀 까다로운 나를 끌고 가면서 “ 이게 몸에 좋데 먹어 봐” 하면서 눈을 끔쩍 합니다. 나는 심술궂게 몸의 어디에 좋은데 하고 물으면 “ 아 그거 알지 않아. 이걸 먹으면 내일 아침 오강이 깨진데...”

그렇게 몸에 좋다는 음식을 먹으러 가서는 담배를 피워 댑니다. 사실 음식점에서는 금연지역이라고 하는데도 방에 들어가서 금연이라고 쓴 표시 밑에 앉아서 담배를 피웁니다. 그리고 주인은 못 본 척 합니다. 자꾸 담배를 피우는 것을 말리면 손님이 떨어져 장사를 못한다는 핑계 입니다.

병원건물은 물론 금연지역입니다. 그래서 병원 옆 공터에는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담배를 피워댑니다. 휠체어에 탄사람 목발을 짚은 사람들이 팔에는 수액병을 달고서 모여 담배를 피웁니다. 수술하기 전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당부를 했지만 흡연가들 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저만큼 환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았는데도 나중에 담배를 피웠느냐고 물으면 안 피웠다고 딱 잡아뗍니다. 날씨가 추우면 밖에 나가지 않고 병원 계단의 창문을 열어 놓고 얌체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간간이 볼 수 있고 용감하게 화장실에 들어가서 피우는 사람도 있는데 화장실 위로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담배 냄새가 나곤 합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 옆에 가면 담배냄새 때문에 고약한 냄새가 나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들었던 호텔방 에는 숨이 막히는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그래서 호텔에도 담배를 피우면 호텔방값을 더 받는데 금연실에 들어가 담배를 피우고 나오는 얌체 고객들이 있습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병원까지 약 6분이 걸리고 750 발자국 정도의 거리 입니다. 아파트 사이 길을 지나고 길을 하나 건너고 상가 앞을 한 70 미터 걸으면 되는 거리 입나다. 나는 매일 아침 집에서 나와 병원 문에 들어 올때 까지 길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세어 봅니다.

아침청소를 하기전이면 120개에서 150개 까지 세일수가 있고 청소를 하고난 뒤에는 100 개가 채 안될 때도 있지만 보통 100개 이상입니다. 길에 나서면 답배를 피우는 사람을 수많이 보았지만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쓰레기통에 넣는 사람은 10년이 지나도록 한 두 번 보았을까 말까 합니다. 대개 손가락으로 튀겨 버리거나 떨어뜨리고는 밟아 버립니다. 입술로 튀겨 버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하철을 내려 지하 통로를 걸어오는 동안 담뱃불을 붙여 한 모금 빨고는 팔소매 속으로 담배를 감추고 나오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30 초만 참으면 될 텐데 저렇게도 급할까 하고 얼굴을 처다 보았더니 멀쩡하게 잘생기고 잘 차려입은 중년이었습니다.

금연지역이 많아지고 규제가 많아지니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편법도 많아 졌겠지만 그런 규제와 백안시 속에서도 담배를 피워야 하는 사람은 자제력이 전혀 없거나 마약 중독처럼 니코틴에 중독이 된 환자들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지나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거의가 경범죄를 매일 짖고 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담배꽁초인 쓰레기를 하루에도 여러 번 버리니 경범죄이고 금연 장소인 버스 정류장에서도 뻐졌이 담배를 피우니 경범죄입니다. 저렇게 경범죄를 계속 짖다보면 큰 범죄도 저지르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 산불의 40% 이상이 버려진 답배 불에서 생긴다고 하니 이것은 정말 심각한 일입니다. 어떤 등산로 입구에서는 검사를 하여 라이터를 가진 사람에게 벌금을 물린다고 하니 그것도 너무 하지만 이런 법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게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이른 아침 출근을 하려고 길을 나섰는데 역하고 독한 담배연기가 나면 기분이 나빠지고 저 앞에서 담배를 치우며 걸어가는 사람이 참 싫어집니다.

며칠 전 아파트를 나서는데 가족들이 나들이를 가는지 애들과 아내가 차를 타고 아저씨가 운전석에 앉았는데 담배를 물고 시동을 걸고 있었습니다. 비록 내 가족이 아니 였지만 나는 옆에 있는 가족이 불쌍해지고 담배를 물고 핸들을 잡은 아저씨가 미워졌습니다.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가던지 아니면 담배를 끊던지 하지 가족들이 간접흡연으로 받는 피해를 생각해 보지도 않았을 아저씨의 횡포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담배를 안 피운다고 무조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사람이 담배를 피움으로 주위의 몇 사람이 불쾌한 냄새를 맡으며 기분이 상하는가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생각을 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이 간접흡연으로 폐암. 후두암. 심장 질환 등에 노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을까요

물론 흡연의 피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입니다. 수십 년 동안 홍보하고 교육하고 하다못해 담배 곽에까지도 주의 사항을 인쇄하여 보여주는데 몰랐다면 거짓말이고 아는데도 주위의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담배를 계속 피워대는 사람은 한 종류의 범죄인들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콜럼부스가 아메리칸 인디언에게서 수입했다는 담배를 이제는 역사 속으로 묻어 비리고 아침에 상쾌한 공기를 담배연기 섞지 말고 그대로 들여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사회가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약력

한국 수필 등단

관동대학교 성형외과 교수

저서‘그의 이야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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