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큰 사랑 작은 사랑

최종편집 : 2024.4.28 일 07:44

문학	[수필] 큰 사랑 작은 사랑 강남신문 \| kangnamnews@hanmail.net

승인 2017.06.30 11:36:32

큰 사랑 작은 사랑

안 해 숙

오늘은, 즐거워도 지나치지 않고 슬퍼도 크게 탄식하지 않으며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를 대해 주시는 시어머님을 소재로 글을 써 보려고 한다.

어머님은 전통시장에서 65세까지 야채를 판매하셨다. 사전 연락 없이 시장으로 어머님을 뵈러 가면 어머님은 앞치마를 두른 채 한 달음에 달려오신다. 우리 네 식구가 연락을 하고 찾아가면 하루 종일 우리가 오는 방향을 바라보고 계신다고 한다. 지금은 70을 훌쩍 넘긴 연세에도 작은 회사에 다니신다. 참으로 생활력도 강하시고 사랑이 많으신 분이다.

어머님은 사십 중반에 홀로 되셨다. 그럼에도 흔들림 없이 오 남매를 잘 키우셨다. 덕분으로 우리 오 남매는 오순도순 잘 살아가고 있다. 어머님은 형제간에 우애가 있어서 좋다며 늘 흐뭇해하신다.

며칠 전 일이다. 큰아들인 남편과 전화 통화를 하셨다. 곁에서 통화 내용을 들으니 하남시에 사는 막내 딸 집에 오신다고 한다. 오는 김에 우리 김치까지 해 오신단다. 남편은 엄마 힘들다며 해오지 말라고 무뚝뚝하게 말한다. 어머님은 주말에 총각김치를 해서 잠깐 들르셨다. 아픈 다리를 절룩거리며 오셨다. 마음이 찡했다. 내가 담가서 어머님께 드려야 하는데 죄송하고 감사했다. “힘드신데 이제 하지 마세요.” 하고 말씀 드리면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주고 싶다.”라고 말씀하신다.

물론 모든 것이 다 좋을 수는 없다. 가끔은 어머님이 불편 할 때도 있다. 성격이 급하셔서 어떤 일을 할 때 지나치게 서두르시는데 그럴 때면 짜증이 나고 화도 난다. ‘어머님의 타고난 성품을 인정 해야지’ 하면서도 말이다. 그러나 불편한 생각은 그때뿐, 나는 바로 어머님의 깊은 정에 빠져 평화의 노래를 부르게 된다. 뒤끝 없이 깔끔한 어머님의 성품에 나도 모르게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어머님은 돌아가신 아버님께 얼마나 지극한지 모른다. 아버님 산소를 설, 추석, 제사 때뿐만 아니라 시간이 있을 때마다 들리신다. 어느 해 설에는 눈이 많이 내려서 성묘 갈 일을 걱정했다. 나는 “이번에는 위험 하니까 가지 말고 다음에 가자”라고 말씀 드렸다. 어머님은 개의치 않고 출발을 서두르셨다. 어머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해서 죄송했다. 눈 내리는 설날 아침 어머님을 모시고 우리 내외는 공주 선산에 있는 아버님 산소로 여행처럼 떠났다. 어머님은 경치가 아름답다며 아이처럼 좋아하신다. 어머님은 삶 뒤편에 숨겨 두었던 이야기보따리도 풀어 놓으신다. 이런저런 얘기를 참 잘도 하신다. 우리 내외는 귀 기울여 들으며 가끔은 맞장구도 쳤다. 어머님과 함께 가는 성묘는 행복과 기쁨의 시간이었다. 성묘를 마친 후, 근처에 사시는 시외삼촌댁에 들러서 대접받은 시골 음식과 외숙모님의 잔치 국수는 꿀맛이었다.

시외삼촌은 오래전에 동네 사람한테 보증을 잘못 섰다가 큰 낭패를 본 적이 있다. 그 후로 외삼촌은 우리를 만날 때마다 술잔을 드시며 넋두리를 하셨다. 어머님은 듣기 싫다며 명절에도 들르지 말고 그냥 가자고 말씀 하셨다. 그때 “어머님, 좋을 때는 안 봐도 되지만 힘들 때는 만나서 이야기라도 들어 주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하고 말씀 드렸다. 그러자 못 이기는 척 하시며 외삼촌댁에 가셨다. 지금은 어머님께서 “네가 그렇게 말해 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하시며 칭찬해 주신다.

시댁 김장은 시외삼촌댁에서 어머님 형제자매가 모여서 한다. 자식들 김장을 해 주시는 것이다. 배추 몇 백 포기를 한다. 어머님은 1박2일 동안 김장을 담그시고 나면 몸살이 나신다. 물론 자식들인 우리가 도와주기는 하지만 어느 해는 주말 근무로 가지 못할 때도 있었다. 어머님께 고맙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어머님은 불교 신자지만 우리 내외가 믿고 있는 종교를 아주 큰마음으로 이해하신다. 이러한 어머님의 마음은 성모님의 따뜻한 마음과 무한 사랑을 닮으신 것 같다. 나는 어머님의 큰 사랑을 느끼며 가끔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나의 작은 사랑이 부끄럽게 생각된다. 어머님처럼 따뜻한 사랑을 나누며 살아야할 텐데, 그렇지 못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더러는 이기적이거나 나 중심으로 살아가지 않나 하고 반성도 한다. 하지만 오늘 이 편지를 쓰면서 나는 나 자신에게 말한다. 앞으로도 어머님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 변하지 말아야겠다고….

‘어머님!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시고 오래 사세요. 부족한 저를 사랑해 주시고 늘 보듬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님의 사랑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잘 해 드리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이번 주말, 어머니를 찾아뵐 때는 예전의 내 마음에 성모님의 사랑이 가득한 꽃바구니를 더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어머님을 뵈어야겠다. ‘어머니, 많이 그리고 더 많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