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삶

유 준 호

화가「고갱」은“나이가 들수록 눈이 밝아져 세상이 더 많이, 속속들이 보인다.”고 했다. 이 말은 이 땅에 사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자기들의 행동 패턴에 생각거리를 제공해 주는 말이다. 한 인간이 인간으로 산 연륜과 경륜에서 나오는 삶의 지혜가 아무래도 젊을 때보다는 그 무게가 더하여 졌다는 점을 이야기한 말이다.

그래서 이런 삶의 지혜가 발랄한 젊은 패기와 평행을 이룰 때 인생이란 저울은 안정을 얻을 수 있음을 고갱이 갈파한 말이다. 물질문명의 발달은 정신문화를 황폐화시키는가 보다. 물질적으로 삶은 풍요로워졌는데 사람 사이의 마음의 따사로움은 사라져가고 있다. 어느 시대고 나이든 세대는 자기보다 어린 세대를 두고 탄식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세대를 초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남의 행복은 짓밟아도 된다는 생각의 소유자가 많아졌다는 슬픈 현실이다. 세상사람 어느 누구도 자기의 불이익을 반기는 사람은 없다. 세상 이치에 어찌 자기만 옳고 남은 그르다는 논리만 존재하는가? 조화로운 삶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하고자 한다. 한심한 일이다. 문화와 문명의 발달은 어느 세기를 두고 보아도 갑자기 발생한 것은 없다. 과거를 바탕으로 이를 밑받침하여 성장한 것이다. 그러면 과거는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인가. 나이든 세대가 만든 것이다. 이것이 세상 윤리이다. 이 세상 생물 가운데 어느 하나도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져 태어난 것은 없다. 다 부모의 유전인자란 것을 가지고 태어나 환경에 적응하며 성장, 발달, 진화한 것이다. 그런데도 자기는 하늘 아래 신품종으로 독특하게 태어난 줄 아는 젊은이가 있다. 슬픈 일이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곰곰 생각해 보니 혹시 21세기는 정보화 시대, 사이버 시대이다 보니 인간 사이의 대화, 자연과의 대화보다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컴퓨터와의 대화, 텔레비전 시청의 대화 없는 개별화 현상이 이런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는가 한다. 그래서 지각 있는 이들은 이 현상에 대하여 오래 전부터 걱정을 하고 있었다. 태초에 세상 만물은 지구상에서 그리고 전 우주 속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며 생명을 가꾸고 진화하여 왔다. 이것이 자연적 삶의 조화이다.

인간은 자연이라는 대우주 속 어머니라는 소우주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하늘은 인간이 범접 못할 신비의 세계이다. 우리는 하늘을 향해 마음 속 무엇이가를 빌고 또 빌며 살아 왔다. 그렇게 늘 하늘은 절대적 존재였다. 그래서 하늘을 바라보며 늘 삶의 슬기를 내려주기를 고대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살맛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삶의 눈을 잘만 뜨면 아름다운 삶의 연주소리가 우리 주변을 그들먹하게 채워줄 텐데 보는 눈이 멀고 이를 듣는 귀도 멀어 모두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절대자(신)가 우리에게 준 삶의 순리를 망각(妄覺)하면 안 된다.

금세기는‘자연과 인간의 만남’이다. 이 자연과의 만남에서 자연 속에 있는 생동감 넘치는 생명력을 느껴야 한다. 한밤중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펼쳐진 숲의 아름다움을 보라. 산등성이와 하늘의 경계가 뚜렷한 흰 세계와 검은 세계가 화선지 속에 나타난 한 폭의 묵화 같지 않은가. 이런 모습이야, 사진이나 비디오로도 볼 수 있겠지만 그것들에서는 눈으로 볼 뿐 보며 느끼는 체감(體感)은 없다. 피부로 기온 습도를 느끼고, 코로 숲의 향기를 맡을 수는 없지 않은가. 절대자가 이 세상을 만들 때의 그 의도에 순응하여 살아야 한다. 방안에 있어도 산 속이나 들판의 정서를 잊지 않으면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프로필.

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대전시조시인협회고문,

대전광역시문화상(문학부문), 세계문학상대상, 대전펜문학상 등

시집 : 바람 한필 외 5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