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하리라

황 덕 중

‘칼로 흥한 자는 칼로망하리라.’

성경의 한 구절이다. 월남 이상재 선생이 일본의 심장 도쿄에서 군국주의 일본의 패망을 예견하면서 한 말로도 유명하다. 일본 관리가 메이지 유신의 성과와 자국의 부강함을 과시하면서 소감을 물었을 때에 이상재 선생은 거침없이 말하였다.

"일본의 발달된 문물이 참으로 놀랍소. 헌데 성경에 보니 예수가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하리라.’고 했으니, 성인인 예수가 틀리지 않았다면 일본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이오.“

각종 신무기로 미국까지 넘보고, 한국을 포함한 중국과 동남아를 휩쓸고 다니며 인명을 무수히 살상하고, 아시아의 문화문명을 도탄으로 몰아넣었던 일본은 결국 이상재 선생의 예언대로, 그들이 뽐내던 무기들의 위력을 한 방으로 끝내주는 원자폭탄이라는 무기의 상상도 못할 불 세례에 단박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북한은 지금부터라도 섣부른 불장난을 멈추어야 한다. 남한을 깔아뭉개고 미국을 지구상에서 없애버릴 준비가 돼 있다느니, 워싱턴을 한 방으로 어쩐다느니 하는, 참으로 어린 아이들도 웃을 유치한 망발을 이젠 그만 그쳤으면 좋겠다. 북한 주민들은 그 말을 믿고 박수를 칠지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지각이 있는 사람은 피식 웃고 말 것이다. 하룻강아지의 재롱을 귀엽게 보아 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더 이상 짜증나게 하면 호랑이는 발끝 하나만의 움직임으로도 간단히 그 귀찮은 존재를 날려버릴 수가 있다.

그런데 호랑이의 한번 발길질은 강아지 한 마리의 희생으로 끝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만약에 그런 사태가 초래된다면 그건 이미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재물이 손괴되며, 나아가서는 국제적 문제가 야기되어 지역간 이념간의 전쟁이 발발하게 되는 것이다. 한낱 철부지의 망나니짓이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초래한다. 주변이 모두 초토화되고 결국 그 망나니는 자멸하고 만다.

군국주의 시대, 패권주의 시대, 제국주의 시대는 지났다. 이미 무력으로 힘을 겨루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전쟁 없는 시대, 자국의 힘을 길러 이웃 나라와 협력하여 서로 잘사는 나라로 나아가려는 힘을 기울이는 시대다. 내막적으로는 이웃 나라와의 경쟁 체제를 가꾸어 나가고 있겠지만, 무력으로 맞닥드리면 서로가 다치게 되는 자명한 이치 앞에서 자제하면서 상생의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이 국제적 현실이다.

북한은 마치 대한민국이 기회만 있으면 북한을 침공하려는 것처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여 자기들끼리 힘을 모아 남쪽을 향하여 주먹질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자기들끼리의 내부용 생존 전략일 뿐, 기실 대한민국은 꿈에도 북한을 상대로 하여 무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없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 아닌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전쟁을 일으키면 서로가 함께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왜 모르겠는가?

대한민국은 북한에 대한 무력 침공이 아니라 남북이 서로 손잡고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부강하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화기애애하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 그걸 번연히 알면서도 거기다 대고 근거 없는 욕과 저주를 퍼대고 심지어는 핵무기를 들여대고 망발을 떠니, 이건 어리광 치고는 너무 어이없다.

북한은 하루 속히 치졸한 무력 도발을 멈추어야 한다. 무력 시위를 멈추고 대한민국에 손을 내밀면 언제든지 잡아 주고 친구가 되어 상생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우리는 우리끼리 살아나갈 길을 찾아 나아가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우리는 오랜 동안 주변 열강의 노리개가 되어 왔다. 입지적 조건의 숙명이다. 남북이 손잡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 언제까지 그들의 입맛을 채워주는 삶을 살아갈 것인가?

북한은 더 이상 국제적 구경거리가 되지 말고, 조금만 더 시야를 넓게 가지고 조금만 더 우리나라 역사와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발휘하여, 제발 쓸데없는 무력 장난을 멈추고, 남북이 손잡고 함께 살아나가는 길로 한발 나와 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우리 민족은 단군성조 이래 지역적 집단적 충돌로 인하여 무수히 이합집산하며 면면히 이어 오면서도 핏줄과 언어와 정기는 하나임을 잃지 않고 살아 왔다. 지금도 우리는 주변의 국제 정세에 의하여 분단의 불행을 이어 오고 있지만, 이는 우리가 현상 그대로를 계속 이어갈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 외세의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다시 하나 되어 우리끼리 복을 누리며 사는 통일 한반도의 복된 모습을 찾기에 남북이 힘을 모아야 하거늘, 북한은 무슨 생각으로 남한을 철천지원수로 여기며 칼날을 갈고 있는 것인지!

무력은 무력을 부르고, 그 무력은 자멸을 초래한다. 더 큰 칼을 벼리면 더 큰 재앙을 받게 되는 것을!

저자 프로필

o 중등 교장으로 정년퇴임(강원도)

o 수필가(1995. 창작수필)

o 한국문인협회 회원

o 강원도교육삼락회 회장(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