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불러본다

신동일

예닐곱 어리시절

백설 흩날려 손발 시려운 겨울날

창구멍으로 칼바람이 불어대던 엄동설한

심신 움추리며 책장 넘기던 三更에

아버지의 따뜻한 품속으로 파고들면

아버지는 어린 육신 꼭 안으시고 행여 감기라도 걸릴까

이불깃 슬며시 끌어다 덮어주시던

아버지 사랑이 그리워지는 겨울날

이제는

불러도 답이 없고 잔잔한 추억만 새겨진 채

겨울 밤 아버지의 곁에서 사랑을 받던 날 어제인데

뼈 묻힌 무덤가엔 잡초만 무성하구나.

오늘 문득 아버지 생각에 소리쳐 불러보아도

반가워하시는 인자한 모습을 볼 수 없으니

혹 천당에 계신지 극락에 계신가요

그 날 어린 자식의 손발에 입김으로 사랑을 주시던 날들

곁에 누워 별들의 이야기로 꿈을 키워주시던 겨울밤

그날 밤이 무척이나 그리워 두 뺨엔 눈물이 고이고

욕망과 허영은 물 같고 행복은 언제나 곁에 있는 것

무언의 깊은 사랑과 가르침은 어제처럼 새로워라.

[작가소개]

문학박사

시인

에세이 작가